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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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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 유희적독서가

등록일 : 2026-10-04

조회수 : 3

본문

도서명

부서진 사월

저자

이스마일 카다

출판사

문학동네

서평

죽을 날이 정해진 사람은 어떤 얼굴로 봄을 맞을까.

알바니아 북부 고원, 형의 원수를 갚은 청년 그조르그는 30일의 유예가 주어진다. 관습법 ‘카눈’이 정한 규칙이다. 복수를 했으니, 이제 다음 총알을 기다리는 차례. 그는 알고 있고, 도망치지 않는다.

이야기는 그조르그의 걸음을 따라가다 어느 순간, 이 고원을 여행 중인 신혼부부의 시선으로 넘어온다. 남편 베시안은 이 낯선 땅의 관습에서 서사시적 숭고함을 보려 하고, 아내 디안은 조용히 주르지를 눈으로 좇는다. 죽음이 예약된 청년과, 삶이 한창인 여행자. 카다레는 이 두 세계를 나란히 놓고, 굳이 충돌시키지 않는다.

그게 이 소설의 방식이다. 카눈은 악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저 수백 년 동안 이 땅에서 숨처럼 이어져 온 것으로 존재한다. 그도 억울해하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이 규칙 안에 있었고, 그것이 삶의 전부였으니까. 폭력인지 질서인지 구분이 흐릿해지는 순간, 슬며시 불편해졌다.

사월이 끝나기 전, 그조르그의 시간도 끝난다. 슬픔보다 이상한 감각이 먼저 왔다. 이 세계에서는 죽음이 가장 질서 있는 일이라는 것…그게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 나도 이미 고원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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